"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재편, 한국엔 위기보다 기회"

송고 2021.09.07 11:00 | 수정 2021.09.07 07:35
EBN 손병문 기자 (moon@ebn.co.kr)

무협 '팬데믹으로 앞당겨진 배터리 시대, 위기보다 기회' 보고서 발간

"골드·오일러시 이어 데이터·배터리 러시 도래...신흥국 전기차 공략"

ⓒLG화학

미국과 유럽이 역내 배터리(2차전지) 공급망 구축을 서두르는 가운데 세계 2위 규모 생산역량을 갖춘 우리 기업들이 이를 기회로 삼아 배터리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7일 발표한 ‘2차전지 공급망 변화에 따른 기회와 도전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그동안 미국 유럽 등 주요 전기차 생산국들은 부가가치가 높은 완성 전기차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전기차용 배터리는 외부에서 조달해왔다.

이 과정에서 세계 배터리 산업 공급망은 한국·중국·일본 3국이 주도했다. 배터리 4대 핵심소재인 양극재·음극재·전해질·분리막 생산 분야에서 현재 한중일 3국이 세계 생산량의 80~90%를 차지한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배터리 원자재 채굴-가공에서 소재 가공-셀·모듈·팩까지 전 가치사슬을 보유한 중국의 지위가 공고해지면서, 미국과 유럽이 배터리를 분업화한데서 얻는 부가가치가 감소하자 배터리 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GVC)에 대한 불만이 쌓여왔다.

제조사별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2020년) ⓒSNE리서치

코로나 팬더믹으로 배터리 GVC의 문제가 전기차 전후방 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자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은 배터리·반도체 핵심품목을 자국내에서 생산하도록 공급망 재편에 나서고 있다.

무역협회 신성장연구실 조성대 연구위원은 “미국과 EU의 역내 배터리 공급망 구축 움직임은 우리에게 위기라기보다 오히려 기회”라고 진단했다.

조 연구위원은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배터리 점유율은 2020년 기준 34.7%로 중국(37.5%)에 이어 2위 수준”이라며 “우리나라는 공급망 재편에 나선 국가 및 완성차 기업들과 자유무역협정(FTA), 배터리 제조 파트너쉽을 맺으며 신뢰와 협력체계를 구축해왔기 때문에 경쟁자보다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무협 박가현 수석연구원은 "로봇·도심항공교통(UAM) 등 배터리 관련 산업을 활성화해 기업의 해외진출 확대로 인한 국내 배터리 생산 및 수출 감소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며 "시장규모가 큰 신흥국의 전기차 보급에 맞춘 배터리 시장 진출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 연구원은 “19세기까지는 황금(골드 러시), 20세기는 석유로 대표되는 에너지 자원(오일 러시)을 쫓는 시대였다면 기후변화와 포스트 팬데믹이 화두가 된 21세기는 유무형 자원을 놓고 데이터 러시와 배터리 러시가 치열하게 펼쳐질 것”이라며 "규모의 경제로 압도해야 하는 배터리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국가 간 우호관계 형성과 완성차-배터리 기업 간 파트너쉽을 다지는 노력도 중요한 과제”라고 분석했다.

무협은 한국 정부와 기업이 풀어야할 과제도 제시했다. 먼저 안정적인 원료 공급선 구축이다. 배터리 생산 증가는 원료수요 증가로 이어져 가격 상승이 불가피한데, 양극재의 필수 원료인 리튬의 경우 2012년 대비 가격이 이미 2배 이상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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